Black

EP 1.
슬픔의 예복에서 실용적인 일상복까지

색채학적으로 블랙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무(無)’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패션 역사에서 블랙만큼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 철학을 담아낸 색은 없습니다. 한때 죽음을 기리는 정적의 색이었던 블랙은, 이제 현대인의 정체성을 보호하는 가장 실용적인 유니폼이 되었습니다.

1883년 발행된 잡지 '더 퀸(The Queen)'에 수록된 상복 일러스트레이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블랙은 철저히 ‘애도의 언어’였습니다. 남편 알버트 공을 잃은 빅토리아 여왕이 평생 검은 옷을 입으며 시작된 이 관습은, 슬픔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엄격한 예법이었습니다. 당시 블랙은 상실감을 다스리는 도구였으나, 상복을 갖춰 입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계급적 소외감을 안겨주는 무거운 굴레이기도 했습니다.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LBD)

이 정체된 어둠에 균열을 낸 이는 가브리엘 샤넬이었습니다. 1926년 그녀가 선보인 ‘리틀 블랙 드레스(LBD)’는 여성을 장식적 대상으로만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주체적인 존재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여성이 입게 될 제복”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드레스는 블랙을 ‘품격 있는 현대 여성’의 상징이자 해방의 신호로 재정의했습니다.

요지 야마모토 1982 컬렉션

1980년대에 이르러 블랙은 기존 패션 문법에 반기를 드는 ‘저항의 상징’으로 거듭납니다. 요지 야마모토와 레이 가와쿠보는 블랙을 통해 여성의 몸을 과하게 드러내거나 성적으로 강조하던 서구 패션의 틀을 깨트렸습니다. 특히 요지 야마모토에게 블랙은 남성의 시선에만 맞춘 화려한 여성복에 대한 ‘분노’이자 ‘저항’이었습니다. 그는 블랙을 활용해 신체를 보호하고 세속적인 유행으로부터 자아를 격리하는, 수도승의 의복과 같은 패션을 완성했습니다. 릭 오웬스와 알렉산더 맥퀸 역시 죽음과 추함이라는 근원적 공포를 숭고한 예술로 승화시키며, 블랙 속에 존재의 철학을 담아냈습니다.

스튜디오 오유경 2019 컬렉션

스튜디오 오유경 2019 컬렉션

오늘날 블랙은 거창한 예술을 넘어 도시인의 ‘표준 유니폼’이 되었습니다. 뉴욕이나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서 블랙은 화려한 주인공이 되기보다, 무대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의 옷처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익명성을 제공합니다. 모든 색의 혼합이자 부재라는 역설 덕분에, 블랙은 라이더부터 예술가까지 누구의 개성이든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빈 그릇이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무색무취함은 누구에게나 편견 없는 일상을 제공하며, 현대인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줍니다.

이러한 미적 깊이는 합리적인 실용성과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우리가 매일 아침 고민 없이 검은 옷에 손을 가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백의(白衣)가 관리를 위한 고단한 노동을 필요로 했다면, 현대의 블랙은 “오염에 강하고 구겨짐이 눈에 덜 띈다”는 신뢰로 바쁜 일상을 지탱해 줍니다. 격식 있는 장례식부터 바쁜 출근길, 편안한 일상복에 이르기까지 블랙은 경계가 없는 만능 패션입니다.

다른 옷과 가장 조화로우면서도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피로를 줄여주는 블랙. 이제 블랙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복잡한 도시 환경에 최적화된 표준 유니폼이자,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깊어지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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